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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발효, 한국은 여전히 ‘석탄 중독’
 토종  | 2016·11·07 12:41 | HIT : 6,912 | VOTE : 196


파리협정 발효, 한국은 여전히 ‘석탄 중독’

오늘 11월 4일,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이 공식 발효됐습니다. 국제사회는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난 25년 동안 긴 협상을 진행해왔습니다. 파리협정은 지구와 인류를 위한 ‘성공’일까요.

197개 국가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에 합의한 국가들이 지금까지 약속한 대책을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5도 수준의 지구온난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후 과학자들은 끊임 없이 ‘경고’를 보내왔지만, 각국 정치인들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파리협정’에 담긴 내용

파리협정에는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 목표를 담았는데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이번 세기 후반까지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담겼구요. 이런 대목에서 파리협정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이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기존 교토체제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명시한 것과 달리, 파리협정에서는 각국이 스스로 감축 방안을 정하고 정기적으로 이행을 점검하는 수준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각국은 투명한 보고와 갱신, 점진적으로 대책을 강화해야 하는 원칙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또 중요한 부분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취약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최소 1천억 달러의 재원을 제공하기로 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송도에 사무국을 유치한 녹색기후기금이 이런 재원 메커니즘을 담당하게 됩니다.

 

온도 상승이 2도 아래로 유지되려면, 화석연료의 최소 85%를 더 이상 꺼내거나 태워선 안 되며, 산림 개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성실히 대응하고 있을까요.

기후변화 위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이 작성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적 분석‘을 보면,  한국이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2100년까지 온도가 4도 수준으로 상승하면 누적 피해비용은 2,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홍수와 식량 생산량 감소,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 증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과 같은 경제적 피해를 보수적으로 평가한 수치입니다. 만약, 우리가 2도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피해비용은 580조원으로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0.6% 수준입니다. 행동을 늦출수록 더 많은 부담이 미래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기후변화 문제의 책임과 역량에 맞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2% 줄어든 반면, 한국은 110.8%로 가장 많이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6번째로 높습니다. 이 순위는 가까운 미래에 더 올라갈 전망으로, 한국의 2030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3위에 이른다고 분석됐습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제출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렇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평균 배출량보다 3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제(11월 3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파리협정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는데요, 파리협정 발효를 앞두고 이를 부랴부랴 처리한 셈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과 인도와 같은 주요 국가들은 앞서 비준을 마쳤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파리협정의 이행 방안에 대해 숙고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면, 이해가 갔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 제대로 된 자료 공개와 공개적 토론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반면, 정부는 기업과 산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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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한국의 목표는 한국의 책임과 역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가 목표만 제시했고 부문별 세부 목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감축률을 12% 넘지 않도록 예외 단서를 달았습니다. ‘산업계 부담을 완화한다’라는 명분이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산업계의 요구가 관철된 셈입니다. 산업계가 온실가스를 덜 줄이려면 그만큼 다른 부문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에너지 부문, 그 중에서도 ‘발전(45.3%)’과 ‘산업(30.0%)’ 부문이 가장 많습니다.

‘발전’ 부문은 곧 석탄 화력발전소가 관건입니다. 석탄발전소는 전력 공급에서 40%를 담당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77%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고효율 석탄발전소라고 하더라도, 가스 발전소에 비해 2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내뿜게 됩니다.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소 축소에 나선 이유입니다. 미국은 “석탄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청정발전계획’과 탄소 배출규제 기준을 마련해 태양광과 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도 단계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석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조차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석탄발전소 신규 승인을 보류하는 한편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석탄 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가동되는 석탄발전소는 지난해 53기에서 올해 63기로 크게 늘어나게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22년까지 9기의 석탄발전소를 더 증설하기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소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계산에 따르면, 신규 석탄발전소로 인한 배출량 증가량은 약 1억1천만 CO2톤, 2013년 현재 배출량의 1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석탄발전소 증설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이 전환을 위한 적기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고, 전력 소비량도 둔화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대규모 원전과 화력발전소 건설이라는 낡은 방식의 에너지 공급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값싼’ 재래식 에너지원의 비용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와 막대한 환경 건강피해와 같은 ‘외부비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말이죠. 반면 빠르게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을 보면,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파리협정 발효로 저탄소 전환이라는 신호탄이 울렸습니다. 우리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민주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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