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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기후변화 방지, 에너지 전환에 역행하는 누진제 개편안(6월7일)
 김상희  | 2019·06·07 14:47 | HIT : 45 | VOTE : 2
자가당착에 빠진 정부 전기요금 정책

기후변화 방지, 에너지 전환에 역행하는 누진제 개편안

전기요금, 무작정 깎아줄 때 아니라 수요관리 강화 위한 정상화 도모해야


○ 지난 3일, 산업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세 가지 개편안을 발표했다. 우선 누진제 개편안을 살펴보면 누진구간 확대(1안), 누진단계 축소(2안) 누진제 폐지(3안)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 방안별로 구체적 정책 효과는 상이하겠으나 큰 틀에서 보자면 모두 ‘전기요금 완화’에 방점을 둔 요금 인하 정책들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에너지기본계획이라는 보다 크고 장기적인 정책 틀에서 제시한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안이다.

○ 누진제 개편 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4일, 산업부는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 전반을 조각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이어서 발표했다. 이 두 가지 발표는 한 정부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원가변동 요인과 외부비용이 반영되는 ‘합리적 비용’으로 전기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덴마크 등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저가로 책정된 전기요금이 수요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이 발표에 따르면 전력 피크 시간대 등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계시별’ 요금제도 검토 대상이다. ‘높은 요금’을 적용하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누진제 개편안은 이와 정반대로 여름철(전력 피크) 전기 요금 부담 완화를 목적한 채로 발표되었다.

○ 전기요금을 포함해 에너지 분야 세제 전반에 외부비용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에 적절히 상응하는 비용을 매겨야 한다는 뜻이다. 온실기체, 미세먼지 등과 같은 오염 문제를 비롯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상시적 원전 사고 위협과 같은 안전 문제는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일상적 국민 부담이다. 더욱이 화석연료의 경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가격 변동에도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 역시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 더구나 현행 용도별 전기요금체계(가정용, 산업용, 상업용)의 한계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지적되었음에도 누진제 개편안에서는 본질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가정용에 한정되는 현행 누진제 시스템 안에서 더 낮은 전기 요금만이 정책의 최대 고려사항이라는 듯한 인상만 줌으로써 단일한 정책신호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 에너지기본계획이 전기요금 합리화와 같은 에너지 수요관리에 필요성을 인정한 까닭은 분명하다. 한편에는 기후변화가 가시화되며 실질적으로 각 국가와 기업들이 온실기체 저감을 위해 상호 간 독려와 견제를 병행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원전 안전 우려와 시민들의 탈핵 요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대의명분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료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와 방식을 바꾸는 문제까지도 포괄한다.

○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인 한국에서 전기요금을 용도별로 나눠놓고 또다시 그 안에서 구간을 정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 신호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의 기록적 폭염이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는 결코 근본적인 폭염 대책일 수 없다. 오히려 각 에너지원의 외부비용이 반영된 요금을 통해 과소비를 억제해야 하고, 이것이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요금 체계 개편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끝>
2018년 11월 02일 16시 07분에 가입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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