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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이번에는 제가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김상희  | 2021·02·02 09:41 | HIT : 42 | VOTE : 5


그녀와 가습기살균제의 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경의 제품을 구매하게 된 계기는 평범했다. 말 한마디, 이마트 판촉 직원의 악의없는 권유에서 비롯되었다. 2007년 11월 경,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었다.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김선미씨(36, 수원시)를 만났다.

“이 제품을 제가 무식하게 샀네요.”

그녀는 스스로를 탓했다.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자신까지. 10년이 넘도록 온 가족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선미씨는 스무살까지 교회 성가대에서 활약했다. 성악하는 친구들이랑 중창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천식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둘째가 생기고, 선미씨는 생선도 먹지 않았다. 요리를 할 때도 태우거나 튀기지도 않았다. 집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한 건 1년 남짓이었다. 고작 한 병 정도였다. 제품 뒤에 표기된 사용법은 한번에 10mm를 권했지만, 그 반만 썼다. 가습기를 아침‧저녁으로 닦던, 성실한 남편 덕이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썼는데 반 정도가 남았다.

“효능이 좀 떨어지겠지만 안 넣는것보다 넣는 게 좋다, 친환경 제품이어서 인체에 무해하다.”

사용 기한은 개봉일부터 6개월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기한이 지났는데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상담원의 답변은 명쾌했다. “효능이 좀 떨어지겠지만 넣는게 좋다, 친환경 제품이라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은 걸 마저 사용했다.

그렇게 제품을 6개월 가량 사용했을 때였다. 첫 아이가 18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병세가 나타났다. 결국 20개월 즈음부터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상세불병의 폐렴과 열병련으로, 2-3년가량 아주대 병원에서 장기 입원을 했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다. 폐 x-ray를 매일 찍었다.

그러던 중 담당 교수는 폐 하단부에 보이는, 하얀 덩어리가 원인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질 듯한 설명이 따라왔다. “이걸 빼려면 청소기 같은 흡입기를 코에 넣고, 폐포를 흡입해 덩어리가 있는 곳까지 가서 빼와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평생 기흉이나 잦은 폐렴 같은 호흡기 증상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엄마가 그거 하나 빼겠다고 아이 폐를 망가트려요?”

차마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한 세시간을 울었다고 말했다. 이후 통원 치료가 반복되었다. 큰 딸은 7세 무렵 천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딸한테 미안해서…. 그녀의 말 끝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태아 때부터 생후 6개월까지 사용 시기가 겹친, 둘째는 더 큰 영향을 받았다. 보통 태어나서 1년 정도 자기 면역력을 갖고 살기 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태어나서 50일 됐을 때부터 부비동염, 축농증, 중이염 등으로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결국 생후 1년이 안되었을 때, 아주대 병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았다. 첫째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사골동염이 올라온 적도 있다고 했다. 열세살이 된 아들은 지금도 친구들과 운동이라도 하면, 쌕쌕거리고 금방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한테도 말을 못해요. 13살이 될 동안 한 번도 편하게 자본 적이 없대요. 한 번도….”
“편하게 자는게 뭐 그리 대수고, 대단한 일이라고.”

그녀가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선미씨 또한 건강이 나빠졌다. 그동안 딸과 아들을 먼저 챙기느라 버티고 버틴 결과였다. 2012년에 갑자기 호흡 발작이 찾아와 주저앉고 말았다. 아주대병원에서 천식을 진단 받았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차도가 없었고, 6년 넘게 매달 면역 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천식 환자들은 면역 치료가 6년이면 끝난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받아야 할 것 같아요. 폐쇄성환기장애 진단이 나왔고 아이들과 동일하게, 해명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재판부에서 SK와 애경 등이 무죄라면, 폐쇄성환기장애는 왜 왔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녀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 아산병원에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 폐활용능력(DMCO)을 진단한 결과, (정상인 100%를 기준) 아이들은 65%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남편은 90% 가량으로 졸지에 가족 중 제일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부비동염과 축농증 등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산다. 그녀가 다시 되뇌었다. “제 손으로 사서 썼어요. 제 손으로…”
담당 교수는 전 가족의 면역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그나마 현 상황에서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런데 거리가 멀어서, 그녀는 수원에서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러한 그녀에게 법원의 판결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제품 사용으로 인한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근무중에 이 소식을 접한 그녀는, 마치 심한 장난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잘 안되었다.

“큰 애가 저한테 묻더라고요. 엄마 그럼 나는 무슨 피해잔데? 왜 사과를 안해?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법원이 제가 사과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어요. 제가 기업에게 먼저 사과를 받아내야 제가 아이들에게도 책임있는 사과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책임질 사람이 없잖아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옥시 형사재판 기억하는데 그 당시 과학적 근거가 미비했던 옥시도 유죄를 받고 혼났잖아요. 그런데 SK는 무죄래요. 되게 어이가 없었어요.”

환경부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내비쳤다. “너무 화가 났던 게, 저한테 이런 소리를 했어요. 사참위의 진상규명 기능을 왜 없애냐고 물었더니 모든 조사나 입증도 자신들이 해야하고, 사참위는 지금까지 한게 없다는 취지로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참위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하셨어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어떻게 준비하고 싸웠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요?”

그녀는 항소심 재판부에게도 당부했다. “저는 이 제품을 사용했지만 국민들 중에 치약 안 쓰고, 세제 안쓰고, 화학 제품 안 쓰시는 분들 없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이번에는 운이 나빠 제가 피해자고, 제 아이들이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그런데요. 언제 당신들이 피해자가 될 지 몰라요. 그러니까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더 심혈을 기울여, 잘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 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신청자는 7,196명이고 1,618명이 사망했다. 이 중 애경과 SK 등 CMIT/MIT 원료 사용 피해 신고는 1,400건에 달한다.


2018년 11월 02일 16시 07분에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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