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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여수 앞바다
 토종  | 2014·02·20 17:36 | HIT : 4,084 | VOTE : 317

 

 

박혜영 칼럼- 슬픈 여수 앞바다

인천일보

2014년 02월 20일 (목) 이문일 pik@itimes.co.kr


2007년 충남 태안에 이어 지난 달 여수 앞바다에서도 송유관 사고로 기름이 유출됐다. 다시 며칠 뒤 부산 앞바다에서도 유조선 충돌로 또 기름이 유출됐다. 푸른 남해 바다로 밀려드는 벙커 C유의 검은 띠는 살처분장으로 떠밀려가던 오리떼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맑은 바다는 검은 기름에 젖어 빠르게 제 모습을 잃어갔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GS칼텍스도 이런 사고엔 대범했다. 유출된 기름양은 과감히 속이고, 신속한 대처는 물론이고 어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정부도 기업만큼 대범했다. 1차 피해자는 기업이라고 강짜를 부리던 장관만 해임했을 뿐 해당 기업에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여수 앞바다는 검은 기름으로 질식을 당하고 어민들의 속만 검게 타들어갔다. 여수 앞바다에 13만ℓ, 부산 앞바다에 23만7000ℓ등 태안 앞바다에 이어 실로 엄청난 양의 기름이 쏟아졌다.

언론조차도 기업과 정부 못지않게 어민들의 고통에 대해 무덤덤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원유를 뒤집어쓴 새처럼 기름범벅이 된 해경구조대원들의 사진만 대서특필했을 뿐이다. 조만간 기름이 밀려오고 조업에 지장이 생기면 태안에서처럼 어민들이 자살까지 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뉴스거리로 떠오르지 않은 지 오래다. 키우던 오리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농민들이나 날마다 바다를 믿고 어망을 던지던 어민들이나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들이 잃은 게 단지 돈이 아니기에 속이 타는 것도 그저 보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가축을 돈으로만 보면서 잘 키울 수 없듯이 바다를 돈으로만 보면서 날마다 삶을 맡길 수는 없을 터이다. 손으로 키우는 것은 모두 정들기 마련이고, 오래 기대고 사는 곳에는 애착이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설령 금전적 보상이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겪을 깊은 상실감을 어찌 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그런 보이지 않는 슬픔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어쩌다 우리는 어민 마음 속이나 바다 속을 보지 못하게 됐을까?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가 쓴 『슬픈 미나마타』에는 미나마타 앞바다를 사랑한 어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어부들은 바다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바다에도 육지처럼 명소가 있고, 봄이 되면 말미잘이 꽃을 피운다. 여름이면 바다에도 여름향기가 나기 시작하고, 해초들은 대숲을 이룬다. 바다에도 육지하고 똑같이 찬바람이 불면 겨울이 온다. 이런 바다 속으로 일본질소공장은 독성물질인 유기수은을 흘려보냈고, 살아 있는 바다와 생생하게 교감하며 살던 어부들은 온 몸이 마비되는 미나마타병에 걸렸다. 고요히 살아 있는 세계와 조응하고 교감하면서 살던 그대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을 뿐이지만 수은이나 원유유출과 같은 오염사고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단 태안이나 여수만이 아니다. 밀양에서도, 강정에서도 주민들의 외침은 모두 한결같다. 그것은 보상해달라는 게 아니라 삶의 터전을 더럽히지 말고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가는 그런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설령 무너진 터전이 금전적 보상으로 일부 회복된다 하더라도 어민들의 마음 속에는 도저히 회복될 수 없는 것이 남아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 문제는 농민이나 어민처럼 살아 있는 세계와 교감할 줄 알고, 삶의 터전을 돌볼 줄 알며, 인간이란 단지 무수한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삶의 지혜를 아는 사람들이 점차 생업 터전에서 내몰린다는 것이다. 2007년처럼 "태안은 이제 끝났어"라며 자살한 어민이 부디 여수에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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