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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큼!" (펌)
 고무신  | 2002·10·23 00:07 | HIT : 5,500 | VOTE : 582
'요만-큼!'

아이들이 텔레비젼을 보고 흉내내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세제광고도 있는데 다름아닌 '요만-큼'이란 광고였다. 인기 탤런트가 나와서 엄지와 검지를 예쁘게 벌리고 그걸 벌린 만 큼 '요만-큼' 세제를 쓰자고 유혹하는 광고다.
대부분의 텔레비전 광고가 다 그렇지만, 이 광고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짤막하지만 공격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화면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친절한 자막이 지나 간다. 또 광고모델은 '요만큼'-엄지와 검지를 2센티미터 정도 벌린 만큼-의 세제를 쓰면 '이만큼' - 두 팔을 한껏 벌려 한아름만큼 - 의 사랑이 돌아온다고 속삭인다.
'남자들의 와이셔츠 하나만큼은 깨끗이 빨아주자구요' 하는 이 '상큼한' 메시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 다.
'요만큼' 광고만 나오면 조건반사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손가락 하 나 들어갈 정도로 벌려 꼭 '그만큼' 흉내를 내는 만 24개월이 못되는 어린애. 그렇게 행동을 길들이게 한 광고의 마력도 참으 로 놀랍다.
그러나 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인기 탤런트의 상큼한 웃음과 매력적인 재스처대로 4천 5백만이 '그만큼'을 쓴다면, 앞으로 그 아이가 살아갈 산천은 '얼만큼' 오염될 것이며, 한 사 람 한사람이 '요만큼'씩 저지른 자연에 대한 폭행의 대가로 돌아올 '부메랑'의 날은 얼마나 서슬이 시퍼렇게 서있을 것인가다.

우리는 보통 요만큼도 안하면서 '요만큼'이라고 무시한다. 세제 덜쓰기 같은 소소한 것보다는 좀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말하기 좋아한다. 아마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을 띠고 태어"났지, 쓰레기나 동네 하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 이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생태적 사명 - 건강한 몸뚱이로 편안한 둥지를 틀고 이웃과 함께 나와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 을 띠 고 태어났을 뿐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넉넉했던 시절에는 요만큼이 아니라 그 이 상도 안아줄 만큼의 '유도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유도리'가 없는 시대다. 환경문제를 대하 는 자세는 '요만큼'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어렵게 실천하는 '요만큼'은 더디고 변변찮지만, 내가 쉽게 저지른 '요만큼'은 엄청나게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요만큼에서 출발해보자.


/유영초 님의 '더럽게살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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